국내 기업 생태계에서는 외부 파트너와 협업할 때 자연스럽게 “갑(甲)”과 “을(乙)”의 관계가 형성된다. 고객이 “갑”이 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을”로 인식되는 구조다. 과거 이 상하 관계의 불균형이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며 “갑질”이라는 표현이 세계적으로까지 알려진 바 있다.
광고업계에서도 이러한 구도는 동일하다. 광고주는 전통적 의미의 “갑”이며, 광고대행사·미디어랩(미디어밴드)·매체사는 “을”의 위치에 놓인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광고 집행 이후의 사후보고서(Post-buy Report) 단계에 들어가면 이 관계가 자연스럽게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대행사와 미디어랩, 매체사가 제출하는 사후보고서는 대부분 성실하게 작성되지만, 구조적으로 광고주는 이 보고서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거나 데이터의 타당성을 직접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갑”인 광고주는 사후보고 단계에서는 ‘보고서를 제공받는 수동적 위치’로 이동하며, 제공된 자료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관행이 형성된다. 세부 숫자에 대한 협의는 가능하지만, 보고서의 논리·측정 방식·데이터 품질을 스스로 검증할 역량과 장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즉, 광고주가 ‘계약 관계에서는 갑’이지만, 사후보고서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영역에서는 더 이상 갑의 위치가 아니다. 이 지점이 바로 광고 시장의 본질적인 정보 비대칭 구조이며, 광고주가 “을의 자기보고(Self-report)"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바로 이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Media Audit이라는 독립적 검증 서비스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Media Audit은 갑과 을의 관계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광고 의사결정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탄생한 장치라고 볼 수 있다.